14승짜리 팀은 어떻게 다시 살아났나
케이드 커닝햄과 디트로이트가 보여주는 리빌딩의 진짜 마지막 단계
2023년 12월 30일, 디트로이트 피스턴스가 토론토를 129-127로 이겼다. 평범한 정규시즌 1승이 아니었다. 그 경기 전까지 디트로이트는 28경기를 연속으로 졌다. NBA 단일 시즌 최다 연패였다. 시즌 최종 성적은 14승 68패. 리그 최하위였다. 그렇게 많이 졌는데도 2024년 드래프트에서 받은 순번은 또 5번이었다. 2022년 5번, 2023년 5번에 이어 세 시즌 연속 5순위였다.
당시 디트로이트를 향한 질문은 단순했다. 도대체 이 팀은 언제까지 리빌딩을 할 것인가.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 질문이 달라졌다. 이제는 디트로이트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케이드 커닝햄이 있다. 하지만 피스턴스의 반등을 1순위로 슈퍼스타를 잘 뽑았다고 설명하면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친다. 좋은 선수를 뽑는 것은 리빌딩의 끝이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진짜 어려운 일이 시작된다.
디트로이트는 2021년 전체 1순위로 커닝햄을 선택했다. 큰 사이즈의 볼 핸들러이면서 득점과 패싱, 경기 조율이 모두 가능한 프랜차이즈 플레이어 후보였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커닝햄은 두 번째 시즌 정강이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고 12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리고 건강하게 돌아온 2023-24시즌 평균 22.7득점과 7.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개인은 성장했지만 팀은 14승이었다.
이유는 재능 부족이 아니었다. 당시 피스턴스에는 커닝햄뿐 아니라 제이든 아이비, 제일런 듀렌, 아우사 톰슨 등 높은 잠재력을 가진 젊은 선수들이 있었다. 문제는 조합이었다. 커닝햄은 공을 가지고 픽앤롤을 운영할 때 가장 위협적이다. 그러려면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듀렌은 외곽슛이 없었고 톰슨 역시 슈팅이 약했다. 아이비도 볼을 가지고 공격할 때 장점이 커지는 선수였다. 상대 수비는 페인트존을 좁히고 커닝햄에게 집중하면 됐다. 좋은 유망주 네 명을 모았다고 좋은 농구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재능을 모으는 것과 팀을 만드는 것은 다른 작업이다.
14승 시즌이 끝난 뒤 디트로이트는 방향을 바꿨다. 트라얀 랭던이 농구 운영 책임자로 들어왔고 J.B. 비커스태프가 감독을 맡았다. 그리고 로스터를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달라졌다. 리빌딩 초기의 질문이 누가 가장 재능 있는 선수인가였다면, 프랜차이즈 스타를 찾은 뒤의 질문은 누가 우리 최고의 선수와 가장 잘 맞는가가 되어야 한다. 토바이어스 해리스와 말릭 비즐리 같은 베테랑의 영입은 그래서 중요했다. 슈퍼스타는 아니었지만 외곽에서 공간을 만들고 공을 오래 소유하지 않고도 공격에 기여하며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경기의 균형을 잡아줄 수 있었다.
피스턴스는 더 이상 잠재력만 수집하지 않았다. 커닝햄이 농구하기 좋은 팀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24-25시즌 커닝햄은 평균 26.1득점, 6.1리바운드, 9.1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생애 첫 올스타와 All-NBA Third Team에 올랐다. 특히 9.1개의 어시스트가 중요하다. 커닝햄이 갑자기 패스하는 법을 배운 것이 아니다. 패스할 곳이 생겼다. 상대 수비가 커닝햄에게 집중하면 외곽에 슈터가 있었고, 수비가 밖으로 벌어지면 듀렌에게 향하는 롤 패스가 열렸다.
그리고 디트로이트의 성적은 14승 68패에서 44승 38패로 뛰었다. 한 시즌 만에 30승이 증가했다. 커닝햄이 성장했고 감독이 바뀌었으며 베테랑들이 합류했다. 하지만 모든 변화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케이드 커닝햄을 기준으로 팀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라면 성공적인 리빌딩 이야기다. 하지만 디트로이트에게 정말 어려운 단계는 지금부터다. 커닝햄은 이미 프랜차이즈의 중심이다. 문제는 나머지 선수들이다. 아우사 톰슨은 뛰어난 수비수지만 슈팅이라는 숙제가 있다. 듀렌은 리바운드와 림 피니시, 커닝햄과의 픽앤롤이 좋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외곽으로 끌려나왔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아이비는 직접 수비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커닝햄과 함께 사용할 때 슈팅과 수비의 균형을 해결해야 한다. 론 홀랜드는 아직 젊고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역설이 발생한다. 팀이 예상보다 빨리 강해질수록 유망주를 기다려줄 시간은 오히려 줄어든다. 14승 팀일 때는 톰슨도, 듀렌도, 아이비도, 홀랜드도 기다리면 됐다. 드래프트 픽도 보유하면 됐다. 하지만 경쟁팀이 된 순간부터 상황이 달라진다. 커닝햄은 최대 연장계약을 받았고 다른 젊은 선수들도 차례로 두 번째 계약을 맞는다. 새 CBA의 에이프런 환경에서는 좋은 선수라고 모두 보유할 수 없다.
결국 디트로이트는 선택해야 한다. 누구에게 돈을 줄 것인가. 누구를 커닝햄의 장기적인 파트너로 볼 것인가. 누구를 트레이드 자산으로 사용할 것인가. 그리고 미래 1라운드 픽을 언제 현재의 전력으로 바꿀 것인가. 이것이 리빌딩 마지막 단계의 핵심이다.
14승 팀을 44승 팀으로 만드는 것보다 그다음이 어렵다. 약팀이 해야 할 일은 비교적 명확하다. 좋은 선수를 뽑고 성장시키면 된다. 하지만 40승대 팀을 우승 후보로 만드는 과정에는 정답이 없다. 플레이오프에서 상대는 커닝햄에게 집중할 것이다. 픽앤롤 커버리지를 바꾸고 더블팀을 보내며 공을 그의 손에서 빼앗으려 할 것이다. 그때 디트로이트가 답해야 하는 질문은 단순하다. 그다음 공격은 누가 만드는가.
현재 로스터 내부에서 그 선수가 나타날 수도 있고 트레이드 시장에서 찾아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대가로 유망주나 드래프트 픽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빨리 미래를 사용하면 우승창이 열리기도 전에 자산이 사라진다. 반대로 너무 오래 아끼면 커닝햄의 전성기를 낭비할 수 있다. 좋은 단장은 자산을 많이 모으는 사람이 아니라 언제 그 자산을 써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리빌딩은 언제 끝나는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을 때도, 프랜차이즈 스타를 찾았을 때도, 50승을 했을 때도 아니다. 미래의 가능성을 모으는 것보다 현재의 승리를 위해 그 가능성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 그때 리빌딩은 끝난다. 그리고 지금 디트로이트가 정확히 그 지점에 있다.
28연패 당시 피스턴스에는 재능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재능을 하나의 팀으로 묶어줄 질서가 없었다. 그 질서의 중심이 커닝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팀은 달라졌다. 14승은 44승이 됐다. 프랜차이즈 스타도 찾았고 젊은 코어도 있으며 플레이오프에도 돌아왔다. 여기까지는 분명 성공이다. 하지만 우승 경쟁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지금까지 디트로이트가 해야 했던 일은 미래를 모으는 것이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그 미래 가운데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포기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몇 년 전 디트로이트를 향한 질문은 도대체 언제까지 질 것인가였다. 이제는 도대체 언제 승부를 걸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케이드 커닝햄을 찾으면서 디트로이트의 긴 리빌딩은 사실상 끝났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바로 그 순간부터 더 어려운 싸움, 좋은 젊은 팀에서 진짜 우승 후보로 넘어가는 싸움이 시작됐다.
핵심 정리
- 디트로이트의 반등은 유망주 수집보다 커닝햄 중심의 로스터 재설계에서 시작됐다
- 14승에서 44승으로의 변화는 스페이싱과 역할 배치가 스타의 생산성을 얼마나 바꾸는지 보여준다
- 톰슨·듀렌·아이비·홀랜드를 모두 같은 속도로 기다릴 수 있는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
- 리빌딩의 진짜 끝은 미래 자산을 현재의 승리로 바꾸기 시작하는 순간이다